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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탐방> 서강석 서양화가
희로애락 풍성한 이야기 거리 삼베에 표현
푸근하던 지난 기억들 소환해 작품으로 승화
과거와 현재 재해석해 ‘섬김미학’으로 남겨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이야기 그림 속에…”
입력시간 : 2020. 08.19. 10:19


올 여름은 유난이 비 내리는 날이 많았다. 어느 비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한걸음에 달려 나와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는 서강석(68) 화가는 참 부드러운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를 따라가 들어간 작업실은 정갈한 고요함이 흐르지만, 서 화가가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들이 오랜 세월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포근함을 안겨주었다. 또 작업실에 즐비하게 자리한 옛날 축음기와 전축을 비롯한 최신 오디오 장비가 음악을 좋아하는 그의 감수성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 벽에 걸린 크고 작은 그림들의 화두는 ‘삼베’였다. 순수구상을 전문으로 그리던 서 화가는 무엇을 그릴 것인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등 새로운 그림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문뜩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것이 바로 삼베였던 것.
둥지의 불빛-기원


광주출신이지만 전북 순창 옥과 외가에서 보낸 시간들이 서 화가의 기억 저편을 일깨웠고, 그것은 바로 그의 그림의 소재가 돼 둥지를 틀었다.

서 화가의 이모할머니 집에서 늦은 밤 들려오던 베를 짜면서 들리던 딸각거리던 발소리, 실밥소리, 닥실을 이리저리 꿰는 사그락 소리, 자려고 누운 방에서 맡던 삼베냄새 등은 지금 그의 소중한 그림세계가 되고 있다.

서 화가는 가늠할 수 없는 집중으로 화폭 안에 한 올 한 올 삼베를 직조한다. 삼베가 가지고 있는 여성성, 풍요로움, 그리고 삶의 근간인 따뜻함까지 한 올의 닥실로 표현하고 있다.

서 화가는 작업을 하면서 모든 어머니들을 생각한다. 삼베는 단순한 옷감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1년을 걸려 닥나무를 가꾸고 삶고 두드려서 얻어낸 닥은 베틀에서 비로소 옷감으로 생산된다. 삼베의 냄새는 어쩌면 어머니의 냄새일지도….

서 화가는 “은은하게 피어올라 아련하게 다가오고, 다시 저만치로 달아나는 영원의 냄새, 눈에 비춰지는 것들,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이야기들 모두가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들이다”며 “이 모든 것들이 감성으로 다가와 나의 작업을 이끌어 내며, 그것들은 지금까지도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내 안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폭에 재구성된 삼베의 원형 속에서 모성을 읽고 느낀다”며 “그런 의미에서 삼베는 그리움의 고향이며, 새벽이면 자식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던 한사발의 첫물 정화수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달빛마을 이야기


서 화가는 삼베 한 올에 어머니를, 또 한 올에는 어린 시절 추억과 외가의 모습을 담으며 푸근하던 지난 기억들을 소환해 작품에 나타내고 있다. 작업은 더 깊어졌고, 삼베는 빛깔과 모양이 더 다양해졌고, 삼베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더 넓어지며, 유년과 현재기억들이 한데 묶어져 더 환하게 발현되고 있다.

난잡하지 않은 정돈된 오방색의 삼베와 어울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변주하고 있는 서 화가는 본향을 그리워하는 아련함이 그림에 녹아 있다.

그 옛날에 보여 졌던 것들과 오늘 펼쳐지고 있는 것들을 작품 속에 함께 표현하며 과거와 현재를 재해석하고 있다.

“나의 작품 속에 삼베는 면시적 의미로서의 대상물 이라기보다는 우리네의 독특한 향기와 정겨움, 소중한 기억들을 대변하는 시작이다”며 “매끈한 듯 투박하고, 거친 면면과 적당한 흐트러짐 속에서의 견고함은 마치 중용을 지키고 있는 듯 삼베는 짜임의 미학을 일구어 내고 있다”는 서 화가 .

그는 향수에 대한 정겨움을 섬김으로 표현하며, 달 속에 별을 담은 조금 다른 새로운 기법에도 도전 중이다.

힘든 일, 어려운 일, 기쁜 일 등의 희로애락을 풍성한 이야기 거리로 삼베에 표현하고 있는 서 화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평화롭게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프로필≪

- 1953년 광주출생 -조선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전남대학교 대학원(미술교육) 졸업 -개인전 4회 -광주광역시 초대작가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심사위원 -멀티문화갤러리 초대전(서울) -예갤러리 초대전(서울) -동아미술관 초대전(대구) -중앙미술관, 인재미술관, 화니미술관 초대전, 아카데미미술관 초대전(광주) -지방작가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21C 현대미술 100인의 기수전(서울조형갤러리) -제1,2,3회 광주비엔날레 기념초대전 -영·호남작가 교류전(광주, 대구, 부산) -광주미협전, 한국미협전(광주, 서울) -광주·부산미술제(광주시립미술관) -남도미술 40대 작가전(광주) -향토작가 초대전(서울) -한국교육미전(대구, 대전, 강릉, 진주, 광주) -청동회전 -1,2,3 동인회전 -후쿠오카시립미술관 초대전(日本) -France Paris Lasalon전 출품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강사 역임 -한국미술협회원, 광주미술협회원, 광주사생회원, 광주미술작가회원 -Home page : http://www.sgsart.org
이산 저산 넘어
향(鄕) - 둥지를 품다




박은정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박은정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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