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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의 세상 엿보기> 청와대에 올린 상소문
입력시간 : 2020. 09.17. 10:13


「조의제문」은 진나라 항우가 초의의제를 폐한 일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글에서 김종직은 의제를 조의하는 제문형식을 빌려 의제를 폐위한 항우의 처사를 비판하고 있었다. 이는 곧 세조의 단종 폐위를 빗댄 것으로 은유적으로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판한 것이다. 나머지 상소문은 세조의 비 정희왕후 상 중에 전라감사로 있던 이극돈이 근신하지 않고 장흥의 기생과 어울렸다는 불미스러운 사실을 적은 것이었다.

당시 이 상소사건으로 이극돈은 김종직을 원수 대하듯 했는데, 그것이 사초에 실려있는 것을 발견하자 그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달려간 곳이 유자광의 집이였다. 유자광 역시 함양 관청에 붙어있던 자신의 글을 불태운 일 때문에 김종직과 극한대립을 보였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김종직은 남이를 무고로 죽인 모리배라고 말하면서 유자광을 멸시하곤 했다.

유자광은 「조의제문」을 읽어보고는 곧 세조의 신임을 받았던 노사신, 윤필상 등의 훈신 세력과 모의한 뒤 왕에게 상소를 올렸다. 상소의 내용은 뻔했다. 세조를 비방한 김종직의 부도덕한 글이며, 이를 사초에 실은 김일손 역시 마찬가지라 했다. 하지만 사대부의 나라를 자처한 조선은 언로(言路)를 보장했다. 대표적인게 삼사(三司)와 상소(上疏)제도다. 삼사는 왕에게 충언을 간하는 사간원, 관원을 규찰하고 기강·풍속을 바로잡는 사헌부, 왕의 자문에 응하는 홍문관을 일컫는다. 모름지기 조선시대 정승까지 오르려면 한번쯤은 이곳을 거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수시로 상소를 올려 왕에게 할 말을 전했다. 상소는 관직에 있는 이들뿐 아니라 일반 유생들까지 할 말을 할 수 있게 한 제도였다. 조선시대 문인이라면 써야할 일곱 가지 글에 '소(疏)'가 꼽힐 정도였다. 조선왕조 500년간 관료와 학자, 유생들이 올린 상소는 수만 건에 달한다. 중종에게 "군자를 등용하고 소인을 물리치옵소서"라는 내용의 조광조의 상소, "치욕을 잊고 개혁을 단행하소서"라고 인조에게 올린 최명길의 상소, 효종 때 "북벌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라고 주장한 윤휴의 상소 등은 명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왕이 늘 상소를 기꺼이 받아들인 건 아니다.

연산군은 상소문뿐 아니라 삼사 관료들까지 처벌해 그 기능을 사실상 없애기도 했다. 그래서 상소할 때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목을 쳐달라'는 '지부상소(持斧上疏)'라는 것도 있었다. 목을 내놓고 상소를 한 것이다. 대표적인게 선조 때 "왜국 사신의 목을 베고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헌의 상소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선조는 결국 임진왜란 때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야 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 7조'란 글이 서울을 비롯 시골 노인정까지 화제다. 이 글은 조선시대 상소문 형태의 글로 집값 폭등 등 정부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현미' '해찬' '미애' 등 현 정부실세의 이름을 따 두운도 살렸다. 어지간히 정성들여 쓴 글이 아니다. 요즘 정권 핵심인사들이 사법부와 검찰, 감사원 등에서 맘에들지 않는 판결, 조사 등이 나올때마다 마구잡이로 비판하는 일이 늘고 있다. 외신까지 주목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비판을 뿜어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필자는 앞에서 세조, 연산군 등을 언급했지만 또 철인 소크라테스를 언급하고자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위해 30여년을 아테네 시민의 정신혁명을 위해 생애를 바쳤다. 하지만 아테네의 어리석은 시민은 사리사욕에 휩쓸려 반 선동자에 의해 소크라테스를 '불신앙과 청년의 유혹'이라는 두 죄목을 씌워 법정에 고소했다. 그리고 5백명의 배심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는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기 전에 제자 플라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했다.

한국은 지금 애국자의 진언보다는 유자광, 임사홍 같은 아첨에 끌려가는듯 하는데, 청와대가 이번 '상소문'을 어떻게 처리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청강 gnp@goodnewspeople.com        청강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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