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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161> 묘청의 난과 풍수지리
승려 묘청이 예언적 도참 내포한 풍수지리설에 입각
서경천도를 주장 1135년(인종 13) 정월 난을 일으킴
단재 신채호 “조선 역사상 일천년대 제일대사건”
입력시간 : 2020. 12.04. 10:54


서대전광장에 세워진 단재 신채호 선생 동상.
‘조선 역사상 일천년대 제일대사건’인대 만족주의 역사학의 선구자 단재 신채호 선생은 ‘묘청의 난’을 그렇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근대사회에서 일어난 수많은 정변 가운데 하나일진대 왜 단채가 그렇게 여겼을까. 단재는 민족혼으로 전통적인 낭가사상을 강조했다. 따라서 묘청을 낭가와 불가를 대표하는 국풍과 인물로 파악했다. 반면 김부식은 유가를 대표하는 한 학파 인물로서 대의적으로는 사대당의 성격을 갖는 보수적 인물로 폄하했다. 그리고 묘청의 난은 이 두 세력이 격돌했던 사건으로 파악했다. 그 격돌의 결과 김부식이 승리하고 묘청이 졌기 때문에 이후 우리나라 역사는 보수적이고 사대적인 유가에 의해서 이끌려왔고 결국은 일제의 식민지까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묘청의 난을 그로부터 1천년 뒤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되도록 정해준 운명적인 사건이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역사상 1천년 동안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묘청의 난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정치사적으로 파악할 때 왕권의 악화, 집권세력 내부의 갈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대개 고려 중기 특히 문종 이후의 고려 정치사는 외척세력으로 자리를 잡는 인주 이씨의 전횡이 두드러진 역사였다. 그 와중에서 1095년(헌종) 이자의 난이 발생하자 이를 숙종(당시는 학림공)이 진압했고 숙종은 곧 왕위에 올라 왕권을 강화해 나갔다. 그 뒤에도 인주 이씨는 계속 득세를 했고 또 1126(인종4)에는 이자겸이 난을 일으켰다.

이자겸의 난 이후에는 김부식·김부의 형제와 이수·이지저 부자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외척인 정안 임씨의 임원후 등이 고려의 정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한편 척준경을 탄핵한 서경출신의 정지상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역시 서경출신이었던 승려 묘청과 백수한 등을 추천해서 왕의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왕의 가까운 신하였던 김안, 문공인 등이 정지상 등에 동조하여 이들은 하나의 새로운 정치세력을 이루게 된다. 이 세력이 기존의 문벌세력에 대한 카운터파트가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마침 그때 새로이 등장하고 있던 금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놓고 의견대립을 벌이게 된다. 잘 알다시피 금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다. 여진족은 우리보다는 후진적인 종족이지만 12세기에는 만주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다. 그리하여 1115년(예종 10)에 금나라를 세우고 1117년에는 고려에게 자신들을 형으로 부르라는 요구를 해온다. 고려에서는 이를 묵살했다. 그러다가 1125년(인종 3)에는 금이 마침내 요를 멸망시키고 고려에게 한발짝 더 나가서 신하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이자겸과 김부의 등은 사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반면 묘청이나 윤관의 아들인 윤언이, 정지상 등은 강경한 입장에서 금을 정벌할 것을 주장한다. 이렇게 해서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은 깊어진다. 물론 외교관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대립의 이변에는 정권을 둘러싼 대립이 분명히 있었다. 그 때문에 관료들 사이에는 늘상 대립과 협조의 관계가 성립된다. 그런 대립은 어느 시기에나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대립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문벌가문과 신진관료의 대립이라는 양상을 띤다. 이 대립을 사실상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은 왕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왕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이미 이자의 난이나 이자겸의 난을 거치면서 왕권은 위축되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여기서 서경천도라는 문제가 끼어들어 서경과 개경간의 지역적 갈등까지 나타나면서 대립의 양상은 점점 복잡하고 심각해 갔다. 지역간의 갈등을 야기하게 하는 서경천도운동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였다. 이때 하필이면 서경으로의 천도를 주장했는가는 당시에 서울이었던 개경이 왕경(王京)으로서는 지덕을 잃어간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의식 때문에 서울을 다시 정해서 국가의 운명을 연장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새로운 수도를 찾아서는 일들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서경천도운동은 이런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지 처음부터 지역간의 갈등이 있어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선후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때 서경출신 인물들은 고려초기 이래도 중시되었던 서경이 이런 위기를 해소하는데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서 서경천도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묘청은 천도를 통해서 정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다만 이를 가급적이면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해지자 결국 무력적인 힘을 빌려 난을 일으켰던 것이다.

난의 진행과정을 조금 실감나게 살펴보기 위해서 먼저 묘청진영과 토벌군으로 나서는 김부식진영을 서로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묘청진영의 주요 인물들은 묘청, 정지상, 조광, 백수한 등이었다. 묘청은 서경의 승려로서 도교적인 요소와 특히 풍수지리, 도참사상 등을 함께 익혔던 다분히 영웅의 끼가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서경의 임원역을 중요하게 보고 그곳에 왕궁을 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근거로 서경천도를 주장했다. 정지상은 우리에게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고려 12명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문학사상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를 통해서 관계에 진출했고 주로 언관(言官)계통에서 일을 하면서 정치에 깊이 관여했다. 그 역시 음양비술에 관심이 많아서 묘청, 백수한 들과 친하게 지냈던 것이다. 한편 김부식 진영의 주요 인물들은 김부식과 동생인 김부의, 윤언이·윤언민 형제, 임원후 등입니다.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쓴 사람이다. 그는 토벌군의 총사령관으로 나선다. 윤언이와 윤언민 형제는 윤관의아들이고 임언후는 이자겸의 난 이후 새로이 등장하는 외척인 정안임씨의 대표적 인물이다.

묘청의 난이 일어날 때는 1135년(인종 13) 정월이다. 묘청은 서경에서 분사기구를 이용해서 거사를 했다. 나라 이름을 대위(大爲), 연호를 천개(天開)로 하고 자비령 이북을 차단하여 경계로 삼았다. 그런데 난의 과정은 치밀하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부식의 기록에 의하면 묘청의 난이 수년 전부터 계획한 것처럼 서술을 했지만 실제로는 서경천도가 좌절된 1134년 8월 이후에나 계획했던 것 같다. 이것은 천도운동의 핵심인물인 정지상, 백수한, 김안 등이 반란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개경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처형당하는 모습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토벌군들은 출정에 앞서 개경에 남아있던 정지상들을 처벌하고 서경으로 진군한다. 주로 지구전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묘청진영에서는 내분이 일어나 조광이 묘청을 죽이고 항복할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강경하게 거부하고 계속해서 토벌작전을 추진한다. 결국 조광세력은 계속해서 항쟁을 하다가 대력 1년만인 이듬해 2월경에 진압 당한다.

묘청이 서경천도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것은 예언적 도참을 내포한 풍수지리설이다. 풍수지리설은 음양론과 오행설을 기반으로 한 땅에 관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즉 땅의 이치를 전통적인 논리구조로 체계화한 사상이며 ‘주역’을 주요한 근거로 삼아서 길한 것은 좇고 흉한 것은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땅을 보는 기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풍은 기후와 풍토를 지칭하고, 수는 물과 관계되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 하여 바로 묘청도 개경의 기가 쇠했다는 설을 이용해서 서경천도를 주장했던 것이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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