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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바위와 4·7 배보궐선거 | | | | 입력시간 : 2021. 04.23. 11:58 |
 | |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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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는 정치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은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자라난다고 하고, 아리스 토파네스는 오늘날 정치를 하는 것은 학식있는 사람이나 품성이 바른 사람이 아니라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라고 하고 있다. 한데, 함석헌 선생은 창녀보다 못한 것이 갈보요, 갈보보다 못한 것이 정치라고 하고 있다.
선거에 있어서는 A.링컨이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한 반면, 버나드 쇼에 따르면 선거는 혈기 왕성한 사람을 빼고는 전쟁만큼 나쁜 전율이다. 모든 정신이 그곳에 집중되는 진흙탕 목욕이다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당선된 이런 정치인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큰소리치고, 바로 이들이 권력을 휘두르며 뉴스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더구나 성추행이나 비리 선거법 위반 등으로 치러지는데 그렇다. 세월이 흘러 21세기에 살지만 오늘날 선거가 옛 마당바위 선거보다도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찾아보면 우리나라 도처에 ‘마당바위’라는 널펀한 바위가 동네 가까이 또는 동구 밖이나 동산 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 마당바위는 한국의 원시적이고 토석적인 민주주의를 증명하고 또 유지시켰던 소박한 민중사의 현장인 것이다. 동제를 지낼 때 제주를 선출하거나 향약을 다스리는 약장을 선출할 때 이 마당바위에 후보자를 올려놓고 선거를 했었다. 선거뿐 이나다. 자치재판이란 동리형을 선고하고 또 매질하는 곳도 마당바위였다. 임금님이 상을 입거나 하면 모두 이 마당바위에 서서 망곡을 하였고, 3·1운동 같은 의거를 할 때도 마당바위에서 만세를 불렀다. 이처럼 민의를 천의에다 접속시켜 보장하는 신성한 현장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었으며, 그 현장에서 이뤄진 선거나 합의나 재판이나 서약은 오늘날의 법적 구속보다 한결 강인한 구속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신전 아래에 민중의 집회소란 ‘아고라’가 있는데, 이 아고라의 핵심부분에도 널펀한 자연석 하나가 있다고 전한다. 곧 아고라는 고대 희랍의 민주주의가 발상된 아테네의 마당바위랄 수가 있다. 충남 부여 북쪽 10리에 있는 정사암(政事岩)도 그곳에서 투표로써 재상을 선출했다는 기록으로 미뤄 백제 민주주의의 마당바위랄 수 있다. 공주 취리산에 있었다는 천정대도 그곳에서 서약을 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역시 백제의 마당바위랄 수가 있다. 신라 소년들이 장래를 약속하고 그 사연을 적은 서석을 묻었던 금장대는 신라의 마당바위였을 게고. 제주도 끝섬 마라도의 마당바위는 10년 전까지도 마을의 장로가 그 위에 서서 동네의 일을 결의해야만이 효과가 발생했다는 조사기록이 남아있다.
일제 때 울창한 보길도 삼림에 군침을 흘린 일본의 상인이 경찰병력을 앞세워 이 섬에 상륙했을 때, 보길도민들은 이 너벙바위로 속칭되는 마당바위에 올라 결사결의를 하고 그 신성(神聖)이 보장된 결의로 그 유명한 보길도 3일전쟁을 치르고 있다. 나의 양심이 천심과 맺어져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행사되는 그런 신전의 한국적 표현이 마당바위인 것이다.
한데 오는 4월7일이 그동안 말도많고 탈도많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의 재보궐선거 투표일이다. 투표를 한다는 것은 바로 ‘마당바위에 올라서는 일이다. 나의 양심이 신성으로 보장되는, 그러기에 양심에 티끌만한 오점도 없이 올라서야 하는 그런 현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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