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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신용자 대출 더 위축된다...한은 경고 | 1분기 고신용자 대출 14.4% 늘고, 저신용자 19.6% 줄어
한은 "최고금리 인하시 금융불균형 심화될 것" 경고 | | | | 입력시간 : 2021. 07.01. 09:48 |
지난 3년 여간 고신용자 대출이 연평균 13.3% 증가한 반면, 저신용자 대출은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오는 7일 시행되는 최고금리(연 24%→20%) 인하를 앞두고 저신용자 대출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전이 필요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지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의 신용대출이 14.4% 늘어난 가운데, 고신용자 대출은 19.6% 늘어난 반면 저신용자 대출은 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차주 신용도별로 차이가 컸다. 같은기간 중신용자는 10.4% 증가했다. 고신용은 NICE신용정보 신용점수 기준으로 신용점수 840점 이상, 중신용은 665점 이상 839점 이하, 저신용은 664점 이하를 말한다.
채무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신용 차주들이 돈을 빌리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더 두드러지고 있다. 2018년 3분기만 해도 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2.9%로 중신용자(2.6%) 보다 오히려 높았다. 고신용자(9.5%)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 0.75%로 내리고, 같은해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낮춘 뒤 13개월 간 유지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고신용자만 저금리 혜택을 누려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했던 지난해 2분기에는 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이 10%나 감소했다. 또 3분기(-7.9%), 4분기(-10.7%) 등으로 나타나 높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고신용자는 지난해 1분기 13.1%에서 2분기(14.9%), 3분기(19.3%), 4분기(21.2%) 등으로 두자릿 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고신용자는 2017년 이후 신용대출이 연평균 13.3% 증가한 반면 저신용자는 3.7% 감소했는데 저금리 지속 등으로 차입여건이 개선되면서 중·저신용 차주의 상당수가 고신용으로 이동한 영향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러한 고신용 차주 증가 효과에 더해 1인당 대출규모의 증가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1인당 대출잔액 추이를 보면 고신용자의 경우 43.7% 증가한 반면 저신용자는 6.9% 증가에 그쳤다.
대출 규모로 살펴봐도 차이가 컸다. 1분기 말 전체 가계 신용대출 규모 304조7000억원 가운데 고신용 차주 수가 전체의 54.3%를 차지하는 반면 대출잔액은 이보다 높은 64.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저신용 차주 수는 전체의 12.3%에 그쳤다. 대출잔액 기준으로 보면 이보다도 더 낮은 7.4%에 불과했다. 전체 신용대출 금액 중 저신용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된다는 얘기다.
특히 저신용 차주들은 고신용 차주에 비해 금리가 낮은 은행 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대부업 등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돈을 빌려도 연체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은행의 차주 신용도별 점유율을 보면, 고신용이 84%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저신용은 2.9%에 불과했다. 나머지 13.1%는 중신용이었다. 비은행의 경우 중신용 비중이 56.9%로 가장 높았고 고신용 27.2%, 저신용 15.8%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저신용자 대출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 대출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대부업 대출은 2017년 이후 연평균 12.7% 감소했다. 다. 이는 2016년 3월, 2018년 2월 등 두 차례에 걸친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체들의 대손비용 등 대출원가 절감을 위한 중신용 고객 유치 강화, 대부업 철수 등의 영향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시행되면 저신용자 대출시장 위축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상환 능력이 양호한 고신용 차주 위주로 가계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금융기관 건전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비칠 수는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주요 대부업체 중 대출원가율이 15% 이상인 대부업체의 대출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대부업 신용대출 금리가 대부분 법정최고금리(24%) 수준임을 감안할 때 최고금리 인하 시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부업체는 저신용자대출 등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조달금리와 대손비용(떼이는 돈), 판관비용 등 원가만 연 20% 안팎에 달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해에는 고신용자 대출이 21.2% 증가하는 등 2017~2019년(11.2%)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상당 부분이 주택,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신용자의 신용대출이 지난해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한 지역에서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대출이 위축될 경우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최고금리 인하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 고신용자들만 대출로 부동산 등 자산을 매입해 자산가격이 크게 치솟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 금융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가 빌린 돈을 못 갚을 확률 등을 계산해 금리를 높게 받는 것인데 이를 무작위로 내리게 되면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빌리기 힘들어 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기존에 20% 이상 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 져 불법 사금융으로 갈 가능성 높고 이렇게 되면 기존보다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지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저신용자가 제도권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리기 어려워 지면서 자산을 불릴 방법이 사실상 사라지는 반면, 고신용자들은 낮은 금리 혜택을 누리는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NP gnp@goodnewspeople.com NP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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