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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박물관이 코인을 만난 세상
입력시간 : 2021. 07.29. 11:25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 돈이다. 그러나 이 돈이 화합보다는 부모와 형제도 갈라놓고 있다. 또 이 돈 때문에 범법자가 나오고 살인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상 어느 민족이나 돈을 향해가고 목숨을 걸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나라마다 온통 돈이다. 국민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인의 시대라지만, 세상에 ‘이것’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바로 ‘돈’말이다.

서울 남대문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가면 세계 화폐들이 한가득 전시돼 있다. 개관 이래 총 300만명이 방문한 화폐박물관이 올해 6월로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화폐 안팎에 얽힌 스토리로 10년간 시민들을 만난 박물관측에 따르면, 아직도 다 못 알린 화폐의 비밀이 남아 있단다.

화폐박물관은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이던 2001년 개관했다. 화폐를 소재로 삼은 민간박물관도 있지만 여긴 한 나라의 발권은행이 직접 세웠다는 점에서 깊은 상징성을 자랑한다. 1909년 건립된 옛 한국은행은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한 백색대리석 건물로 근대의 느낌을 전한다. 우리나라 첫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돈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돈은 어원이 왜 ‘돈’인줄 알아요?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 천하를 돈다는 뜻에서 ‘돈’이 됐다는 설도 있고, 고대 칼 모양 화폐인 도화(刀貨)가 세월이 흐르며 돈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어요. 어느 나라든 ‘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지요”

전시실에서 눈에 띈 화폐는 1331년께 유통된 ‘소은병’이다. 호리병 모양의 은(銀)화폐인데, 고려시대 국제교역에 사용된 실물이란다. 발행인이 은 함량을 줄이는 속임수를 쓰면서 사용이 중지됐다. 고대 금속화폐는 수시로 무게와 순도가 조작된 위험에 처했다. 화폐 발행자들은 이를 악용했다. BC 6세기 아테네의 지도자였던 솔론은 화폐발행 시 이익을 챙기는 ‘주조차익’을 처음으로 관례화했다. 당시 은 1달란트는 6000드라크마의 가치를 지녔지만, 솔론은 같은 무게의 은으로 6300드라크마어치 은화를 주조해 5%를 챙긴 것이다. 로마 황제들은 은화의은 함유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각종 토목공사와 사치를 위한 재원으로 마련했다. 로마 은화는 68년은 함량이 90%이던 것이 211년에는 50%로 뚝 떨어졌다. 갈리에누스황제 말기인 268년에는 은 함량이 고작 4%까지 곤두박질쳤다.

중세 이후에는 화폐 무게를 줄여 발행권자가 이익을 위하는 사례가 많았다. 원래 영국은 1파운드 무게의 은으로 120펜스의 주화를 만들었지만 15세기엔 같은 중량으로 두배인 240펜스를 주조했다. 화폐를 쪼개고 잘라 사용하는 관습도 광범위하게 퍼져 ‘페소’ ‘펜스’ 등 ‘조각’에서 유래한 화폐단위들이 등장했다. 중국 원나라는 제조원가가 적게 들면서 공급을 맘껏 늘릴 수 있는 지폐인 ‘원보초’를 남발했다. 오랫동안 화폐 발행의 주조차익은 정부나 중앙은행의 당연한 독점 권한으로 인식됐다.

현대에도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달러화를 찍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경제학자 에드가 파이게는 1964년 이후 미국이 매년 60억~70억달러 규모 주조차익을 얻었다고 추산했다. 2010년 대엔 달러화 발행량(900억 달러)에 연평균 물가상승률(연 1.6%), 국채 매입 규모 등을 감안해 연간 주조차익이 최대 65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화폐에 대한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며 등장한 것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채굴’해 ‘발행’되는 비트코인은 발행한도가 정해져 있다. 태생부터 중앙은행의 독점적 화폐발행권과 주조차익을 부정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비트코인을 화폐라기보다 금, 석유같은 상품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반토막 나 아우성이지만, 두달 전만 해도 50%가까이 뛰며 2017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1만9천달러)에 다가서기도 했다. 비트코인 부상에는 달러화 약세가 한몫했다.

코로나19로 미국이 돈을 풀었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조 바이든 정권 등장으로 달러화 약세 전망이 강해져서다. 말 많은 비트코인 위상이 더 높아진다면 주조차익의 종말도 빠르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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