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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신 인장(도장) 공예 명장
동그란 도장에 새겨진 인생의 美感
그에 반해 48년 세월을 새기다
‘범오체’라는 자신만의 글씨체를 직접 만들기도
오로지 수작업으로 탄생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도장
입력시간 : 2022. 07.06. 15:47


나무와 돌을 다루는 것이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장 공예처럼 매력적인 것은 없지요. 도장 분야에서 명장에 선정됐다니 다소 신기하기도 합니다.”

장국신 명장은 기능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장인만이 받을 수 있는 칭호로, 도장 분야 명장은 쉽지가 않다고 했다.

광주서림초등학교로 가는 사거리 인근에 ‘대성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의 삶도 이곳 사거리처럼 여러 갈래의 길을 거친 뒤 외길로 접어들었을 터다. 그냥 대수롭게 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갈 법한 간판 하나가 이곳이 대성사임을 안내할 뿐이다. 빛이 바랜 간판에서 무성한 세월을 읽을 수 있다.

도장은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다. 9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계가 보급돼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만들 수 있고, 또 도장 대신 서명 거래가 일반화해 사용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런데도 그는 오로지 수작업만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도장을 제작해오고 있다. 신뢰의 증표인 도장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철학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돈은 빌려줘도 도장은 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도장은 나를 대신하는 분신이나 다름없어서 그만큼 소중하단 뜻이야. 도장 한번 잘못 찍으면 패가망신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로 천편일률적으로 조각하면 안 돼. 나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런 기계를 들여놓지 않았어. 그래서 수십 년 전에 내가 제작한 도장도 보면 알 수 있어.”

장국신 명장은 북구 임동에 ‘대성사’에서 도장(인장)을 만든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손으로만 도장을 새겨온지 벌써 48년. 그의 가게는 일반 도장집과는 모습이 다르다. 벽을 빼곡히 둘러싼 도장과 전각. 책상에 놓인 수십 개의 조각칼과 어울려 한 쪽에 놓인 붓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장 명장은 1973년 대성사를 열었다. 서예와 조각에 능했던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자신이 사용하던 주판과 목각 인형에 직접 이름을 새겨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자연스레 이 길을 택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장 명장은 먼저 책을 통해 글씨체를 익혔다. 흔히 보는 ‘해서’와 달리 도장에는 ‘전서’가 많이 쓰인다. 소전, 인전 등 여러 글씨체를 찾고 직접 적어가며 손에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장에 글을 새기는 기술은 다른 사람의 자세와 칼을 쓰는 모습을 훔쳐보며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기술로 도장을 만드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컸다.

그는 책장에서 고서(古書)와 전서(篆書)를 꺼내 조선 후기의 문신이었던 조지겸, 중국 청나라 말기 때 전각 분야에서 업적이 탁월했던 오창석(1844~1927), 오양지(1799~1870), 서삼경(1826~1890) 등 전각가들의 다양한 서체를 소개했다. 장 명장은 이 서체들을 종이에 써내려가며 ‘가인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름의 의미를 고민해 몇 자를 새길지를 정한다. 여기에는 이름의 한자 총 획수에 따라 길흉이 달라진다는 성명학의 수리론을 적용한다.

글자가 정해지면 나무, 옥, 돌 등에서 도장의 주 재료를 선택하고, 인면(印面)의 크기에 따라 어떤 모양으로 글자를 새길지 인고를 작성한다.

인장에 새겨질 글자의 모양과 의미에 어울리는 도안이 완성되면 인면 전체에 주홍색 먹을 칠하고, 그 위에 먹으로 글씨를 새기는 ‘포자(인면에 좌서하기)’ 작업에 들어간다.

그의 인고 작업은 명장답게 좌서를 할 때 거울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인면에 포자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50여년을 칼을 잡았지만, 이때만큼은 그도 온 신경이 곤두선다. 글자의 새김새가 인장의 격을 살려서다. “조각도로 새길 때는 정신통일을 해야 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거든. 옆에서 잡음이 들리거나 누가 말을 시키면 지금도 한 번씩 헛칼질을 해. 힘 조절 잘못해 칼이 빗나갈 수도 있고.”

“글을 새길 때 가장 어렵죠. 크기에 따라 8개 조각칼을 사용합니다. 조각칼은 삼면에 날이 세워져 파고, 밀고, 세길 수 있죠. 칼을 쥐는 모양에 따라 오지집도, 결필식집도, 장악식집도법을 사용하고요. 보통 돌을 깎는 전각에는 ‘중봉’, ‘편봉’ 등 다른 조각칼을 써요. 가지런히 새기는 도장과 달리 전각은 거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글씨 주변을 두드리는 ‘탁변’을 하기도 합니다. ‘칼맛’이 보여야 하거든요”


그렇게 만든 도장에는 손님의 생년월일과 사자성어. 좌우명을 하나하나 새겨 넣어 준다. 같은 이름을 가졌어도 한 번도 같은 글씨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는 ‘범오체’라는 자신만의 글씨체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도장은 예술이다”는 그의 자부심 섞인 말은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간다.

‘도장과 사람의 아름다운 조화’를 창작 이념으로 전통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도장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장 명장은 “내 마음에 딱 드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의 흡족함으로 살아간다”며 “도장 공예는 회화와 그 사람의 성공까지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가장 힘든 작업 중의 하나”라며 “그럼에도 국내에선 도장이 예술성 등에서 낮게 평가받고 있다”면서도 전국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찾아주니 고맙다”는 말도 있지 않았다.

그는 국가1급인장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3명 중 혼자라고 한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것은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는 장국신 명장 도장 만드는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는 그의 말에서 어떤 조건과도 타협하지 않는 장인의 고집이 느껴졌다.





김영춘 기자 gnp@goodnewspeople.com        김영춘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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